하이큐 오이카와 토오루 드림
23:59
미리 말해두지만.
…별로, 기다린 건 아니다.
0:00
‘토오루쨩의 생일, 누구보다 먼저 축하해주고 싶었어!’ 같은 손빠른 메시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 애가 그럴 성격이 못 된다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안다. 크리스마스도, 신년에도 열한 시 전에는 반드시 취침. 베게에 뒤통수만 닿으면 쾌속 숙면이 가능하고 어지간해서는 잘 깨지도 않는다. 자연히 기상시간은 새벽 다섯 시. 아침 로드워크를 뛰는 운동부원보다도 빠른 기상시간을 자랑한다.
5:50
그래서 오이카와 토오루는 아침 로드워크를 위해 집을 나서며 휴대전화를 평소보다 조금 오래 들여다보았다. 배구부의 단체 채팅방과 반의 녀석들로부터 날짜가 바뀌자마자 날아온 메시지와 메일함에 수줍게 들어와 있는 축하를 몇 개 발견했지만, 없었다.
…그래, 아침에 눈 뜨자마자는 역시 조금 이상하지.
러닝화 끈을 단단히 매듭지으며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침은 바쁘니까.
6:40
눈을 비비며 아침 식탁에 앉은 타케루가 외쳤다.
“엑, 오늘은 죄다 토오루가 좋아하는 것 뿐이잖아?”
…어허, ‘토오루 삼촌’ 이라니까?
8:40
“…신발장을 열었더니 선물이 와르르! 라니.”
“이거 만화에서나 나오는 거 아니었냐?”
“역시 오이카와 씨의 인기는 어쩔 수 없다니까?”
“오이카와! 이거 얼른 정리해!”
“어라, 이와쨩~ 질투? 질투?”
“이… 망할카와가!”
이와쨩은 피도 눈물도 없어요? 오이카와씨 오늘 생일인데 냅다 걷어차다니! 엉거주춤 엉덩이를 잡고 괴로워하는 오이카와에게 이와이즈미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손끝에 매달린 커다란 종이봉투를 본 오이카와는 또 한참을 웃다가, 이와이즈미에게 몇 번 더 걷어차이고 나서야 선물들을 담아 교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12:30
……설마 잊어버린 건가? 내 생일을?
14:50
운동복을 입은것도 아니고 벗은 것도 아닌 채로 입을 꾹 다물고 심각하게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있잖아, 이와쨩.”
“뭐가.”
“…오늘이 내 생일인 거, 잊어버렸을까?”
이와이즈미의 표정이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기묘해졌다. …잊어버렸을까, 라고? 일주일 전부터 카운트다운이랍시고 그애와 이와이즈미, 오이카와가 들어 있는 단체 채팅방에 스티커와 사진들로 도배를 해 놓고서?
“…꿈에 나올까 무섭다.”
“뭐라고?”
“얼른 갈아입고 체육관으로 가!”
“아파!”
목에만 걸쳐 놓았던 운동복 상의에 팔을 꿰찬 오이카와가 휴대전화의 슬립버튼을 눌러 끈 다음 가방에 넣었다.
19:59
첫번째 가설. 휴대전화를 집에 놓고 왔다.
두번째 가설. 오늘이 아니라 내일인 줄 알았다.
세번째 가설. …기각. 있을 수 없음.
23:42
있을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일곱 살 이후로 한 번도 내 생일을 그냥 넘긴 적은 없었는데. 카라스노는 방학이 언제라고 그랬지? 오이카와는 여름방학 합숙 일정과 연습 메뉴를 적은 노트를 앞에 둔 채 크게 숨을 쉬었다. 배구부 매니저 같은 것을 하게 두는 게 아니었는데. 꼭 카라스노에 가야겠으면 운동부, 특히 배구부에는 얼씬도 하지 말 것을 약속해달라고 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약속했으면서. 오이카와는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뒤집어놓은 휴대전화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그 때, 문자음이 울렸다.
[오이카와, 나와.]
23:43
진짜, 별로 기다린 건 아니다.
23:59
축하해. 아직 지나지 않은 너의 생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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