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전력 60분
257번째 주제 : 경고
하이큐 오이카와 토오루, 카게야마 토비오 드림
센티넬가이드 AU , 날조 및 캐붕 주의
[…링크 카운트다운. 시뮬레이터와 플레이어의 연결을 해제합니다.]
줄어드는 숫자를 따라 세며 오이카와 토오루는 눈을 감았다. 방금 그 악명높은 대 크리쳐 섬멸전 시뮬레이션 F-13의 개인 클리어타임을 30분대로 단축했음에도 만족하기는 커녕 미간을 좁히는 모습에 모니터룸에서 화면을 바라보던 F-13의 설계자이자 치프 엔지니어인 무라카타 키요시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오이카와의 나쁜 버릇이 도졌군.’
마음이 복잡할수록 몸을 혹사시키는 버릇. 무라카타는 지금보다 한 뼘은 더 작았던 오이카와가 막 1연에서 승진해 치프 엔지니어가 되어 온 자신을 만나자마자 했던 말을 떠올렸다.
[S랭크가 될 수 있을 만한 훈련 도구를 만들어 줘.]
맹랑한 꼬마가 아닌가, 생각했다. 소문으로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다. 2연의 몬스터. 센티넬 살해자.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를 높인 학계의 진귀한 연구대상. 말없이 오이카와 쪽을 바라보고 있자, 관찰하듯 무라카타를 마주 바라보던 오이카와 토오루가 사르르 눈을 가늘게 하며 웃었다.
[기다릴 테니까, 무라쨩.]
이상할 정도로 뒷면이 없는 미소였다. 그 웃음짓는 얼굴만 놓고 보면 또래의 중학생들과 다를 것 없었다. 하지만 2연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오이카와의 시뮬레이터 사용 기록을 본 무라카타는 전산 오류를 의심했다. 모든 시뮬레이션의 가동 횟수가 터무니없이 많았다. 센터의 권장치는 오래 전에 넘었고 생체 반응의 한계까지 몰아간 흔적이 가득했다. 오이카와 토오루가 보통의 청소년이었다면 심각한 아동 학대로 2연이 열두 번은 신고당했을 터였다.
기록은 오이카와가 랭크업을 한 시기를 중심으로 3개월 정도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어.’
무라카타는 새로운 시뮬레이션의 설계를 시작했다. 어중간한 능력으로는 실행조차 어려울 정도로 극악한 난이도를 가진 시뮬레이션의 번호는 13번. 무라카타는 이 시뮬레이션의 테스터로 오이카와를 지명했고, 그날부터 오이카와와 F-13의 악연이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오이카와를 노리고 만들었던 시뮬레이션은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다. 무라카타는 난이도 조정을 위한 정밀한 테스트를 핑계 삼아 오이카와에게 주어졌던 현장의 일을 모두 물렸고, 오이카와는 임시 가이드 몰래 이 테스트를 진행하느라(센터의 일로 무리해서 학교의 일이나 배구부 활동에 지장이 가게 되면 굉장히 화를 낸다고 했다) 비밀스럽게 센터를 드나들었다. 무라카타도 덩달아 보안 유지니 기밀 작전이니 하는 변명을 대며 오이카와의 행방을 묻는 그녀에게 여러 번 거짓말을 하곤 했었다.
그 덕택에 오이카와 토오루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S급 센티넬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첫 번째 정식 기록 측정에서 한 번 실패하고 러닝타임 150분으로 클리어했던 시뮬레이션을 30분 대에 주파하는 여유를 부릴 줄 알게 되었지. 무라카타 키요시는 자신이 곱게 키운 몬스터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무라쨩."
"고생했어, 오이카와."
"……."
오이카와는 대답 대신 무라카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맑은 홍차색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무라카타를 옭아맬 듯 응시했다.
"시뮬레이션 T는, 누구를 위한 거야?"
"……?"
"안 되지, 무라쨩까지 그러면."
나른하게 가늘어진 눈매로도 숨길 수 없는 붉은 빛이 향기처럼 흘러나왔다. 무라카타는 의자째로 못박힌 사람과 같이 호흡하기 시작했다.
"두 번은 없을 테니까. 지부장에게 전해 줘요."
"오이카와…."
"그애와 나를 토비오 따위에게 엮을 생각 하지 말라고."
부탁이야. 무라쨩에게까지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아. 알았지? 라고 말하듯 오이카와가 생긋 웃어보였다. 그와 동시에 옭아매였던 호흡이 돌아온 무라카타가 거친 호흡과 함께 기침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오이카와는 표정을 지운 채 모니터룸의 문을 열었다가, 그 앞에 늘어진 그림자를 보고 묘한 표정을 했다.
"나이스 타이밍이야, …토비오쨩."
"…오이카와 선배."
전혀 나이스하지 못한 표정이었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인해 그것을 지적하면 안될 것 같다는 정도의 눈치는 키운 카게야마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이카와는 이 와중에도 인사는 빼놓지 않는 귀염성 없는 후배를 스쳐 지나며 속삭였다.
"…토비오쨩, 너무 욕심부리지 마."
이제서야 겨우 마음의 각오를 했는데. 토비오쨩이 자꾸 그렇게 그애를 탐내면, 나도 마음을 고쳐 먹을 수 밖에 없잖아? 오이카와는 크리쳐들이 가득하던 시뮬레이션 T 프로젝트 테스트를 떠올렸다. 그녀가 테스트에 참가했다는 안내를 듣자마자 아무것도 보고 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대피구역 4번을 향하는 것에만 집중하던 토비오를. 오이카와가 그녀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일부러 말꼬리를 잡자 아쉬움 가득해지던 그 표정을.
본인이 깨달았든 깨닫지 못했든 상관 없다. 가이드인 그녀만이라면, 아무리 싫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우스워 오이카와는 웃었다. 카게야마의 표정 하나를 본 것 만으로도 이렇게 날뛸 거면서. 잘도 너그러운 척 고민을 했다. 그냥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거였는데.
"……?"
만면에 물음표를 띄운 채 오이카와의 말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중인 카게야마를 향해 오이카와는 다시 말했다.
"욕심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토비오쨩."
왜냐하면, 이 오이카와 씨는 절대로 토비오쨩과 그애를 나누어 가질 생각이 없거든. 그러니까
"꿈도 꾸지 마."
"…!!!"
카게야마는 거의 반사적으로 오이카와의 말에 묻어난 적의에 반응했다. 충분히 발화의 의도를 의심해볼만한 상황이었지만 불행하게도 카게야마는 수년간 오이카와의 이유없는 적의를 받아왔기에 이번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오이카와 선배, 오늘 기분이 좋지 않으신것 같습니다. 조금 쉬시는게 어떻겠습니까?"
"토비오쨩, 듣고 있어? 지금 오이카와 씨 경고했으니까!"
"…? 무리한 시뮬레이터 사용은 센터의 권장사항이 아닙니다."
"아아악 진짜!!"
미처 닫히지 못한 모니터룸의 문 틈새로 지나치게 또렷이 새어나오는 대화를 들으며 호흡을 가라앉히던 무라카타 키요시는 오이카와 토오루의 비명소리에 겨우 사그라들었던 기침을 다시 시작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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