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HL전력
일곱 번째 주제 : 짝사랑
히나타 쇼요×야치 히토카×츠키시마 케이
오전 일곱 시. 카라스노 고교 배구부의 아침 연습 시간에 1학년 신입 매니저 야치 히토카가 히나타의 이름을 연호하며 체육관 앞으로 뛰어왔다. 얼마나 다급했는지 운동복으로 채 갈아입지도 못하고, 백팩의 어깨끈을 양 손으로 꼭 잡은 채 문 밖에서 체육관 안쪽을 향해 히나타를 목놓아 불렀다.
“히나타! 히나타아아!!”
“야치! 안녕! 무슨 일이야?”
“차, 찾았어!”
“뭐? 설마...”
“응! 키테이와 라이몬의 한정 콜라보! 아직 남아있는 곳이 있어!”
“어디야???!?”
그게 말이야, 전파상 골목에서 버스정류장 쪽 말고, 반대로 조금 가다 보면 소바집이 있잖아? 그쪽에서 길을 건너서 두 집을 지나면 오른쪽에, 편의점! 오! 로*인가! 응응! 점장님께 물어봤는데, 재고가 조금 있고, 혹시 오후에 사러 올 거면 따로 빼두시겠다고...! 만세! 고마워 야치! 진짜 고마워! 히나타는 정말로 기쁜 듯이 제자리에서 훌쩍 점프해서 야치의 눈높이에서 벗어날 정도로 뛰어올랐다가 사뿐히 내려앉은 후에, 깜짝 놀라 눈만 깜박이고 있는 야치의 손을 꼭 잡고는 위아래로 붕붕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정말 고마워! 나츠가 진짜 가지고 싶어했거든!”
우리 동네 쪽에는 이미 다 팔려서... 꼭 구해다 주겠다고 했는데 오빠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니까! 환하게 웃는 히나타의 미소에 끌려 야치도 어느새 얼굴 한가득 웃음을 담은 채 히나타의 손에 흔들렸다. 연습 시작 전에 어제의 블로킹 연습에서 좋지 않았던 손가락의 테이핑을 점검하던 츠키시마가 야치에게 흘깃 시선을 둔 다음, 조용히 다가와서는 단단히 테이핑 된 손가락으로 히나타의 정수리를 버튼이라도 된 듯 꾸욱 눌렀다.
“그아악! 츠키시마 네 이놈! 설사혈을 눌렀겠다!!!”
“아침부터 정신 사납게 날뛰기에 조용하게 만든 것뿐이야.”
한껏 업신여기는 말투에 히나타가 막 뭐라고 대꾸하려는 찰나, 코트 저편에서 카게야마의 히나타 멍청아! 가 속사포처럼 발사되기 시작했다.
“알았어! 간다고! 가!”
그럼, 야치! 이따가 봐! 별모양 머리끈이 달랑거리도록 고개를 크게 끄덕인 야치가 손을 흔들어주자, 히나타는 통통거리며 부원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따라 돌아서던 츠키시마가 살짝 눈을 내려 시선을 야치에게로 향했다.
“...저기.”
“응...아, 네!”
“저 바보는 정도라는 것을 모르니까, 너무 받아주지 마.”
“츠키시마...?”
“팔, 아프잖아.”
저 멍청이가 흔들어대기 전부터. 츠키시마는 더는 말하지 않고 곧 몸을 돌려 부원들 틈으로 돌아갔다. 최근 카게야마의 토스 연습과 합동 연습의 스파이크 연습 때 키요코와 공을 올려주게 되면서 야치는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평소에 운동을 게을리 했던 업보임에 틀림없었다. 어깨부터 팔목까지 파스 투성이라 일부러 긴팔 블라우스를 입었던 건데! 츠키시마 군은 대체 어떻게 안 거지? 파스 냄새가 나나? 웜업 스트레칭 중에 야치가 제 팔목 부근에 코를 가져다대고 연신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게 된 츠키시마는 속으로만 작게 웃었다. 미미하게 찌푸린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미처 숨겨지지 않는 기색에 야마구치만이 ‘츳키, 오늘은 아침인데도 드물게 기분 좋아 보이네?’ 라며 신기하다는 얼굴을 했다.
꽃은 햇빛 아래에서만 피어난다. 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 유약하고 겁이 많은, 첫 대면부터 시미즈 선배의 뒤에서 바들바들 떨며 나왔던 작은 매니저는 처음부터 단 한사람, 히나타의 앞에서만 꽃처럼 웃을 줄 알았다. 친화력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급인 히나타는 눈 깜짝할 사이에 가입부 부원이었던 야치를 정식 매니저로 만들어 놓고, 이제 매니저 자리는 걱정 없다며 웃어보였다. 햇살같은 웃음에 모두가 마음을 놓았지만, 츠키시마만이 무언가 불만이라는 듯 미간을 살풋 일그러뜨렸다.
“히나타와 츠키시마, 라니. 해와 달이잖아?”
이름부터 좋은 라이벌이 될 것 같아! 꽃처럼 곱기만 한 사고과정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 츠키시마는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감추려 안경을 고쳐 썼다. 라이벌이라니, 저런 짐승하고 뭘 경쟁하라는 거야. 이건 그냥 부활동...
“하지만 츠키시마, 블로킹 할 때 굉장히 즐거워 보이는 걸!”
특히 히나타나 카게야마의 공격을 막을 때 말이야. 킬 블로킹! 팔을 높게 들어보이려던 야치가 저도 모르게 으그그, 하는 신음과 함께 팔을 내렸다. 츠키시마가 빤히 바라보자, 야치는 쑥스러운 듯이 에헤헤, 하고 웃으며 말했다.
“히나타는 파워가 있는 공에는 아직 손을 댈 수 없어서, 소프트 블로킹으로 원터치를 노려야 한대. 하지만, 츠키시마는 아즈마네 선배의 스파이크도 척척 막아내잖아? 대단해!”
“...별로 척척 막아내지는 않는데.”
야치의 한껏 올려다본 시선 끝에, 별것 아니라는 대답 끝에 고개를 돌린 츠키시마의 귀가 살짝 들어왔다. 날 때부터 흰 편인 것 같은 피부의 어느 곳에도 붉은 기운이 없는데, 오직 귀 끝에만 옅게 색을 입힌 것처럼 붉은 물이 들었다. 어쩐지, 보는 사람도 무심코 붉어질 것만 같은...
“츠키시마는...대단해.”
야치의 말에 츠키시마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이다가, 야치와 시선이 맞고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꽃을 모아다가 한데 피어나게 한다면 이 웃음에 격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몸을 숙여 완벽하게 야치와 눈높이를 맞춘 츠키시마가 더 이상 붉어질 곳도 없는 야치를 향해 속삭였다. 달빛 같은 시선이 쏟아졌다.
“고마워.”
으, 으응...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겨우겨우 대답하는 야치의 별모양 머리끈을 바라보던 츠키시마는 문득 생각했다.
달빛 아래에서도 꽃은, 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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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 야치 ← 츳키 인듯 합니다.(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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