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번째 주제 : 낙엽

하이큐 카게야마 토비오 드림


등장 캐릭터의 동인설정과 밑도끝도없는 캐붕 주의

카게야마 드림인데 별로 안 나옴 주의




있잖아, 그거 알아?

떨어지는 은행잎이 땅에 닿기 전에 손에 넣으면, 그 갯수만큼 소원을 이루어준대.


무슨 대단한 비밀을 알려 주는 것처럼 말하는 오이카와를 그녀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토오루쨩, 누님의 하이틴 문고는 이제 그만 읽어야겠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그녀의 옆에서 이와이즈미가 그럴 시간에 연습을 더 하라고 윽박질렀다. 중학교에 들어와서 첫 여름, 선배들의 마지막을 눈물바람으로 지켜본 두 사람은 요즘 무서울 정도로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본 것처럼 말하지 마! 안 읽었거든?"

"그으래?"


거짓말. 언니님이 없어진 책들을 네 방에서 찾았다고 그러셨는데? 넌 왜 누나랑 그런 얘기까지...! 그야 그 책, 내가 빌리려고 했던 거니까. 모처럼 셋이 같이 집에 돌아가는 길인데도 오이카와와 그녀는 아르릉거리기 바빴다. 체육관의 내부 시설 수리가 아니었으면 저녁 무렵까지 나머지 연습을 하는 두 사람과 그녀가 귀가시간이 맞기는 어려웠을 텐데, 오랜만에 보는데도 꼭 엊그제부터 싸우기 시작한 사람들처럼 티격태격했다. 말려봐야 소용없이 더욱 불타오를 싸움을 내버려두고 이와이즈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이 갑자기 추워지면, 나무는 더 예쁘게 물든다. 제 소명을 다한 이파리들이 겁도 없이 공중에 몸을 맡긴 채 떨어져내렸다. 노랗고 깨끗한 이파리들이 팔랑팔랑 떨어지는 가을 길. 이와이즈미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말해봐야 낯부끄러울 뿐이고, 뭐라뭐라 시끄러울 게 분명해서 입 밖에 내어 말하지는 않지만, 앞서서 걸으며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은 여러가지로 이와이즈미에게 소중한 존재이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같이 걸어가면 좋을 텐데. 두 사람이 서로에게 정신이 팔려 신경쓰지 않는 틈을 타서, 이와이즈미는 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보았다. 그 때, 볼을 간지럽히는 듯한 약한 바람이 지나갔고


"와! 이와쨩!"

"이와쨩! 손!"


이와이즈미의 손바닥 위에는 작은 은행잎 하나가 얌전히 놓였다. 


"이와쨩! 소원! 소원 빌어야 돼!"

"바보카와 시끄러워! 이와쨩 소원이니까 이와쨩이 빌겠지!"

"이와쨩! 소원 빌었어?" 

"뭐 빌었어?" "

"오이카와씨랑 평생 배구하고 싶다고 빌었어? 우리 시라토리자와한테 이겨서 전국에 가게 해 달라고 빌었어?"  



이와이즈미는 눈을 깜박였다. 소원은 이미 빌었다. 하지만 오이카와가 신이 나서는 옆에서 계속 떠드는 통에 말하기가 민망해졌다. 


"바보카와 시끄러워!"

"뭐라고 빌었는데!" 


이와이즈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두 사람을 통과해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빠져나가지 않을 정도로만 헐겁게 쥔 주먹 안에 은행잎이 사락거리며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


보통 학교의 운동부원들은 고급 인력이면서도 다루기 용이한 편이다. 우선 체력이 보장되고, 저녁까지 연습이 있기 때문에 탈주율이 적고, 체육관의 사용시간 등으로 잡고 휘두를 좋은 명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체육관 뒷편의 낙엽을 청소한다."


다이치의 의미심장한 말에 카라스노 배구부원들이 눈을 빛냈다. 한쪽 구석에서 츠키시마라든가 츠키시마 같은 부원이 "학교나 교사의 권력을 이용해서 학생에게 사적인 감정으로 청소를 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사와무라의 이어진 말에 입을 다물었다.


"교감 선생님은 말이야, 아직도 가끔 나를 만나면 '사와무라 군, ...그...잊지 않았겠지?' 라고 말씀하신다고..."


눈가에 그늘 드리우면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이치... 그녀가 중얼거리는 뒤로 히나타와 카게야마가 눈에 띄게 안절부절못하며 시선을 돌렸고, 타나카가 그런 둘을 보고는 "다 지난 일을! 이제와서 쫄지 마!" 라며 등짝을 후려쳤다. 소란해진 부원들을 향해 짝! 손뼉을 친 다이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알겠지? 그러니까 치우는 거다!" 

"네!!!"


모두 빗자루를 들고 체육관 뒷편을 쓸기 시작했다. 체육관 뒷편에는 느티나무와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와 목련과...여러 활엽수들이 가득했다. 자연히 바닥의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낙엽이 쌓였다. 처음에는 기세좋게 낙엽의 산을 쌓아가던 부원들은 아무리 쓸고 쓸어도 바닥의 흙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


"왜 바닥이 안 보이는거야!"

"...나뭇잎이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까 그렇죠."

"적당히 하자, 적당히. 일단은 청소를 했다는 성의를 보이면 되잖아?"


우와아아아앙아악!!! 한쪽에서 누가 더 낙엽의 산을 높이 쌓는지 대결중인 괴짜콤비를 바라보며 웃던 그녀가 문득 오이카와의 말을 떠올렸다. 


[...떨어지는 낙엽이 땅에 닿기 전에 손에 넣으면, 그 갯수만큼 소원을 이루어준대.]

"응? 뭐라고?"


산더미같은 낙엽을 수레에 담아 옮기던 스가와라가 뒤돌아보며 물었다. 어, 내가 입 밖에 내어 말했나? "뭐라고 말 했어?"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스가와라에게 그녀가 답했다. 아, 그게. 전에 누가 해준 말인데...


"떨어지는 잎을 땅에 닿기 전에 손에 넣으면, 그 갯수만큼 소원을 이루어준다, 고."

"오, 정말?" 

"좋아... 도전해 볼까!"


스가와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침 바람이 불어왔다. 등 떠밀린 낙엽들이 춤추듯 하늘에 흩어졌다. 모두들 손을 멈추고 색종이가 흩어진 것 같은 하늘을 바라보다 하나 둘씩 손을 내밀고 배구공을 리시브하는 것처럼 뚫어져라 낙엽의 행방을 눈으로 살피며 신중하게 걸음을 옮겼다. 


"떨어지기 전에 내가 받으러 간다!"

"히나타 멍청아! 뛰지 마! 부딛히잖아!"

"이거 봐! 내가 잡았어!"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후, 청소를 시작하기 전보다 왠지 더 쌓인것 같은 낙엽을 보며 배구부원들은 청소를 포기했다. 방금까지 모아둔 낙엽만 소각장에 두기로 하고 도구를 정리하는 중에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톡톡,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기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멀뚱하니 덤덤한 얼굴을 한 카게야마가 서 있었다.  


"선배."


이것, 받으십시오. 카게야마가 색이 고운 단풍잎 하나를 손에 올렸다. 응? 네 소원 비는 데 사용해야지, 카게야마. 당황하며 손을 내젓는 그녀에게 카게야마가 말했다. 선배, 모두가 낙엽을 받는 동안 웃으며 바라보기만 하셨잖아요. 저는 히나타 멍청이랑 많이 주웠습니다. 카게야마의 눈길이 손끝에 잡힌 붉은 잎사귀에 닿았다. 약간의 침묵 뒤로 말이 이어졌다. 


"...저는, 소원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요."

"고마워. 소중히 할게."


자, 여기. 하고 펼쳐놓은 손바닥 위에 붉은 단풍잎이 놓였다. 저녁 하늘을 담아놓은 것 같은 붉은색이 부끄러운 듯 빛났다. 

그럼, 정리하러 가보겠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는 카게야마를 그녀가 불러세웠다. 


"잠깐, 카게야마."

"네?"

"그대로, 약간 머리 좀 숙여볼래? ...응. 됐어."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약간 숙인 카게야마의 뒤통수에서 그녀는 노랗게 반짝이는 은행잎 하나를 주웠다. 이제 됐어! 즐거운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카게야마는 그녀의 손에 들린 은행잎을 보고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원은 이걸로 빌어야겠다."


...이건 내 힘으로 얻은 소원이니까 말이야. 그치? 카게야마의 동의를 구하듯, 그녀가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녀의 손이 닿았던 뒷머리가 간질거렸다. 카게야마는 그녀를 이렇게 계속 바라보고 싶기도 하고, 영원히 마주볼 수 없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겨우 가라앉힌 마음에 또 다시,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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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으면 제출 못할 것 같아서... 그래도 너무 부끄러운 상태로 올렸음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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