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히 2세(카게야마 히카루)가 아빠 친구인
켄마에게 홀랑 빠지는 이야기
히카루.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나를 때렸다. 머리를 쓰다듬는 커다랗고 약간은 거친 손놀림에 목이 움츠러들고 어깨가 굳는다. 아버지의 얼굴은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이, 토비오! 주방 쪽에서 쇼요 아빠가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자, 곧 머리카락을 헤집던 손을 떼고 몸을 돌려 걸어간다. 커다란 그림자가 사라지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와 아버지 모두 나를 사랑하는 것에는 거짓이 없다. 미래가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나의 탄생은 그야말로 "빛이 있으라!" 였다며 쇼요 아빠가 히카루 라는 이름을 고집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빠가 하자면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 위인이었으므로 나는 자연히 카게야마 히카루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종종 아버지의 애정이 극도로 신중하게 계산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면 두해 전 내가 겨울 냇가에 빠져 사흘을 내리 앓았을 때, 쇼요 아빠는 내 옆에 붙어서 침식도 잊은 채 간호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아빠를 간호했다고.
너를 간호하다가 쇼요도 나란히 네 옆에 쓰러질 것 같아서 그랬어.
극히 이성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본래 성격이 그렇다는 것을 감안해도 아들로서는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이다. 아버지는 나를 카게야마 쇼요에 달린 증정품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켄마.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물으니 소파에 파묻힌 채로 손가락만 움직이던 생물체가 말을 했다. 오늘도 의욕이 생기지 않은 목소리다.
네 아버지는 그런 것을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름 부르지 마, 히카루. 덧붙인 말은 거의 날숨에 가까워서 잘 알아듣기 어려웠다. 아빠들의 친구인 코즈메 켄마는 도저히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착실히 경제활동은 하는 것인지 게임 타이틀이며 새 기종의 게임기 등이 발매와 거의 동시에 그의 방에 나타나고는 했다. 언젠가 나는 그의 주 수입원에 대하여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는 '아침에는 일어나서 이를 닦고 학교에 가는 거' 라는 듯한 말투로 짧게 치고 빠지면 된다 고 대답했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느긋한 한 호흡을 내쉰 후에 삼촌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혼났다. 하지만 가나문자보다 게임 커맨드를 먼저 가르쳐 준 사람이 이제와서 삼촌으로서의 권위를 세우려고 해 봐야 소용이 없지 않을까. 본인도 별로 내키지 않는 어투로 말하는 "이름부르기 금지!"는 쇼요 아빠가 당부한 것이기 때문에 자동응답기처럼 재생하는 것 뿐이다. 켄마는 역시 켄마다.
코즈메 켄마는 기본적으로 절전모드에 on 스위치가 들어가 있는 남자이다. 하지만 불건전하고 퇴폐적인 의미의 무기력과는 차이를 두는 것이, 좋아하는 것에는 확실히 몰입하고 열정을 불태운다. 다만 그 열정의 온도가 남들 보기엔 엩......저게 좋아하는 거라고? 싶을 정도이고, '좋아' 카테고리내의 항목이 남들보다 극히 적을 뿐이다. 그 몇 안되는 것 중에 쇼요아빠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 나는 왜 안돼?
나, 얼굴만은 쇼요아빠 판박이라는 소리 많이 듣는데. 켄마가 묻혀 있는 소파 아래를 굴러다니며 말해 보지만, 켄마는 본 체도 하지 않는다. 얼굴은 그대로 화면에 고정한 채, 작은 목소리가 떨어져 내려온다. 쇼요가 히카루를 가졌을 때, 말이야. 켄마는 느릿한 어조로 운을 뗐다. 30대를 바라보고 있는데도 아직 소년 같은 저 목소리를, 아마도 나는 꽤나 좋아하는 것 같다. 아빠의 이름을 장음처리할 때 약간 그르릉거리는 목소리를 내는 것과는 달리 히카루, 는 과속방지턱을 넘듯이 매끄럽게 발음해낸다. 그것도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 나는 한바퀴 더 굴렀다.
개월수가 넘어가도록 입덧이 없었는데도, 모두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했어. 다들 남고생이거나 남고생이었거나 했으니까, 육아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거든. 모두 모여 놀다가 카게야마가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을 때에야. 아. 뭔가 이상한건가 싶었지.
뿌리 부근은 염색이 빠진 금발의 켄마를, 아빠들의 앨범에서 본 적이 있다. 이 때의 켄마는 푸딩 머리라고 불렸다며 쇼요 아빠는 즐거운듯이 말했다. 지금은 다시 매끈거리는 검은색으로 돌아와, 어쩌다보니 자를 타이밍을 놓친 어깨 길이의 장발이 되었다. 시선을 가리기 좋은지 묶지도 않는다. 만지작거리며 땋는 재미가 있지만 많이 만지면 눈썹을 찌푸리며 떼어낸다.
너의 감수분열부터 잠복기까지를 지켜봐온 사람에게 그런 걸 요구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청자가 소학생이라는 것을 좀 인지하고 발언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켄마.
나는 널 이런 아이로 키우지 않았어....
기운 없는 목소리에 섞인 질렸다는 기운에 나는 까르륵, 웃었다. 바닥에서 일어나 켄마 옆의 공간에 파고들자 곤란해 하면서도 피하지는 않는다. 나는 웃으며 키스를 졸랐다.
있지, 켄마. 키스해줘.
......키스가 아니라 뽀뽀겠지. 히카루.
명백히 질렸다는 한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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